며칠 전 화장실에서 토하고 있는 사람을 보다 갑자기 떠올린 옛 이야기 하나.
82년 여름. 5기들 덕적도로 전수 다녀온 후였던 때.
무슨 바람이 불었던지 4,5기들 몇 넘이 모여 있다가
갑자기 짝을 맞춰서 술로 내기를 걸었겠다.
물론, 먼저 토하는 쪽이 지는 것으로, 진 깃수는 술값을 책임지기로.
화장실에 갈 때엔 각자의 파트너가 가서 확인 함.
혹시라도 토하는 결정적인 장면을 놓치지 않도록.
가위바위보로 각자가 원하는 파트너를 정하기로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별다른 기억이 없고
다만 내 파트너는 우범이, 태연이 파트너는 형배.
'아, 왜~', 우범이는 절망했고,
'아싸!' 형배는 의기가 양양했으며,
태연의 얼굴에는 아지 못 할 약간의 어두운 그림자.
이윽고 시작된 내기.
어느 정도 마셨을까.
이야기는 무르익고
다들 꼭 이겨서 술값을 내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얼굴에 가득했을 때,
어느 순간, 갑자기 흔들리는 커플이 있었으니 형배와 태연.
둘 다 한 모금이라도 더 마시면 곧 쏟아질 표정들.
걱정스러워하는 내 눈빛에 손가락으로 오케이 싸인을 내면서,
'걱정마라, 난 견딜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태연.
그런 태연을 원망스런 눈으로 바라보던 형배.
그 둘은 목젖까지 차오른 구토에 대한 열망을
냉철한 이성과 빈 지갑을 떠올리며 겨우겨우 누르고 있었는데.
'먼저 입을 연 형배,
"형, 나 화장실에 가서 소변보고 올 건데...."
태연,
"그래, 같이 가자."
우리는 모두 멀찌감치 일어서서 그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줬음.
왜냐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두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내가 태연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힘 내...'라고 했더니,
태연 왈, "건드리지 마. 쏟아져..."
아아, 82년의 대학세상은 이대도록 비정했었던 것이었으니.
흔들흔들.... 우리 앞을 지나가는 두 사람...
우리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망연히 쳐다볼 뿐.
"쟤들 괜찮겠냐?"
"저러다가 죽는 거 아닌가?"
10분 여가 흘렀을까.
둘은 귀환에 성공했는데
두 사람의 표정이 한결 개운해져 있었다는 사실은 동일했지만
그 표정들은 판이했으니,
의기양양한 표정의 태연과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의 형배.
"어떻게 됐냐?"
특유의 얼굴 가득한 웃음을 띤 태연의 대답.
"어떻게 되긴, 얘(형배)가 먼저 토했지."
"우와~~~,
갑자기 4기들은 환호를 질렀고 5기들은 탄식을 쏟아내었겠다.
부담이 없어진 몇 넘들은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고 화장실로 갔고,
자연스럽고도 부담없이 토하고 돌아왔던 기억.
"어찌 된 거냐, 니가 형배를 다 이기고...?"
태연이가 형배와 함께 소변을 보려고 나란히 선 순간, 갑자기 욕지기가 올라오면서
참을 수가 없더라 했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다는 거지.
형배의 등을 툭툭 치면서 격려의 말을 전한 거야.
"야, 야, 형배. 괜찮냐?
퍽, 퍽,
"너 조금 전에 보니까 속이 불편한 것 같던데, 괜찮은 거지?"
퍽, 퍽.
놀란 형배,
"어어, 등 치지 마요, 왜 그래, 자꾸."
태연이 형배의 등을 치다 보니 이상하게 자기가 넘어오는 것 같더래.
그래서 마지막으로 좀 더 세게 쳤다는군.
"괜찮아, 괜찮어... 좀만 더 참으면 돼. 퍽! 퍽!... 우리 말고 다른 놈들이 토할 거야, 조금만 더 참자구, 퍽! 퍽!"
결국, 형배는 행동했고.
"어, 어, 어.... 웩~!"
때는 이때다, 싶었던 태연이, 얼른 소리를 쳤다는 거지.
"아, 너... 좀 더 못 참고... 에이, 나도 해야겠다. 웩~~~~!"
그때, 형배, 재욱이, 우범이, 우노...가 어찌어찌해서
지들 가지고 있던 돈 다 털고, 모자란 부분은 학생증 같은 거 맡기고 돈 내고 왔을걸.
근데, 얘들이 그 사실을 기억이나 하려나... ㅎㅎㅎ.
최현용42007.01.16 10:05
조현수8기2003.01.29 10:54
우지연(7기)2002.03.31 14:33
우지연(7기)2002.01.21 22:44
서진석(10)2001.09.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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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근(4기)2001.01.1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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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룡(4)2001.01.1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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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룡(4)2001.01.13 11:21
한계연(2기)2001.01.13 11:20
최현룡(4)2001.01.13 11:19
우지연(7)2001.01.13 11:19
우지연(7)2001.01.13 11:18
우지연(7)2001.01.13 11:16
최현룡(4)2001.01.13 11:15
이영환(7)2001.01.13 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