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리 강령탈춤연수원 탐방
안녕하세요 탈 15기 최광표입니다.
지난 7월22일 금요일에 현탈 회장 김태현에게 전화를 해봤습니다.
"강령탈춤 전수 잘 받고 있냐?" 라고 물었더니, 답이, "형 배고파요... 먹을것좀 사주세요" 라고 하더군요.
안그래도 한번 가야 하나... 했는데, 그 목소리를 듣고 그냥 그 다음날에 애들을 둘러매고 가족이 함께 태안 파도리로 갔습니다.
거리상으로는 얼마 되지 않지만, 가는 길이 험란하고, 정작 파도리에 도착은 했는데, 전수관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마을 분들에게 물어보면 "저~ 밑으로 가면 있다" 고만 하시고, 가보면 간판이 없고...
그래서 현탈에 전화를 해서 만나서 전수관에 들어갔습니다.
가보니, 왜 못 찾았는지 알겠더군요...
거기는 도로변에 있던게 아니라, 산이 둘러싸인 곳에 있던 것이었습니다.
악기소리를 줄이기 위해서 그런 외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수관을 처음 봤을 때 저는 깜짝 놀랬습니다.
심하게 얘기하면 꼭 축사 같았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그런 곳이 아니었습니다. 이건 뭐, 극기 훈련장 같은..... 실미도 영화찍나?
위 사진과 같은 가건물에서 7일을 숙식을 하면서 춤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춤추던 자리에서 밤이 되면 쓰러져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춤추고... 또 그 자리에서 자고...
안으로 들어서자, 성주풀이와 백구타령이 적힌 대자보가 가건물 벽에 붙어 있었습니다.
가건물안은 춤을 춰서인지 후끈후끈했고, 선풍기들이 그 뜨거운 바람을 윙윙대며 불어댔습니다.
전수관 안에는, 탈패 1학년 4명 (오상준, 김상준, 김형섭, 백성우, - 제주 출신 현정익이는 못 옴) 과 2,3학년 선배들이 합해서, 총 약 10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같이 연합해서 전수간 동덕여대 학생들이 옹기종기 있었습니다.
제가 찾아간 때는 마지막날이라서 공연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위 사진은 말뚝이 춤.
목중. 1학년 김상준. 옆에 쉰 빨래가 한가득....
1학년 김형섭의 취발이 공연. 아기 취발이에게 천자문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커먼 발바닥....
미얄-1학년 백성우 (맞나?), 영감-1학년 오상준 (맞나?)
공연이 끝나고, 1학년만 사진 한장. 왼쪽부터, 백성우, 김상준, 오상준, 김형섭.
위의 사진에서, 곤장을 가슴에 들고 있는 이유를 아십니까?
전수 오기전에 탈 동문회에서 지원을 해줬는데, 그돈을 먹는데 쓰지 않고, 민복을 샀더랍니다.
그런데, 그 민복이 땀에 젖으면 투명해져서 젖꼭지가 드러나는 옷이라....
이를 가리기 위해서 "바(bar)"를 둔것이랍니다... 꼭 개그콘서트의 한 프로 같지요?
저도 숟가락만 얹어서 한장.
모두 뒤집혔습니다.
1학년 김형섭 취발이 춤...
가서 몇마디 나눠보면서 들은 바로는,
전수비가 인당 7~8만원 정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저것 뺐더니, 7일 전수 동안에 식사비가 개인당 고작 만원이 되더랍니다. 한끼에 480원. 그래서 제가 오기전 전화했을때 좀비처럼 먹을것 사달라고 했나봅니다.
그런데, 제가 도착했을때는 몇몇 선배들이 이미 와 있었습니다. 특히 영렬이외 몇몇 후배들은 직장인인데도 불구하고 마지막 공연하기 전날에는 매번 강령전수관에 온다고 했습니다. 고맙기 그지 없었습니다.
가서 돼지고기 좀 사줄려고 했더니만, 벌써 영렬이가 몇 근 사가지고 와 있길레, 저는 통닭 몇마리 먹여주고, 막걸리가 먹고 싶다고 해서 막걸리와 맥주 좀 사주고 왔습니다.
한가지 좀 짠한 것은, 같이 가 있던 동덕여대 5명 중에 신입생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신입생이 왔다가 갔다고 합니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너무 힘들어서 인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여자들에게는 너무 터프한 환경이었습니다.
전수관 한구석에 힘 없이 앉아서 성대 탈반 공연을 구경하는 것을 보니, 탈춤반이 저렇게 힘이 떨어져 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덕여대는 노당이 오질 않아서 그런지, 제가 가서 괜한 시끄러움을 만든게 미안하더군요...
결국, 제가 열악한 환경의 이유를 사부에게 물어봤습니다. 이유는 간단. 시에서 지원이 없다는 것이지요. 현재 전수관이 전부 사부들의 사비와 공연비로 운영이 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제생각엔 강령탈춤의 연고지가 없는 것도 시에서 지원을 못받는 이유일지 모릅니다.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탈 후배들이 춤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 정말 대견스러웠습니다. 저 같으면 몇번 도망갈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탈 동문 선후배님들이, 현탈이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도 탈반을 지켜가려는 마음을 알아주시리라 믿습니다.
이상!
●?Who's 최광표(15)

-
?
광표야, 영렬이와 몇몇 후배들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 너무 애썼다.
기특하게 지원금을 먹는데 쓰지 않고 만복을 사다니..
에휴, 짠해라. 동문회가 어떻게해서든 기금을 마련해서 전수때 애들 밥은 먹여야 할텐데... 동문회 총무로서 뭐라 할 말이 없네요....
-
?
저희가 오히려 선배님들께 감사합니다. 사실 저희야 이렇게 계속 해왔던 일이고, 선배님들께서 그저 알아주시는 것만으로도 많은 힘이 됩니다. ㅎㅎ
이번에 들어온 기특한 신입생들과 오느라 고생하시고 도와주신 선배님들 그리고 현 탈을 이끌어 나가는 집부들의 노력 중 어느 하나라도 빠져 있었다면 탈을 유지하는게 정말 힘들었을 거란 생각이듭니다.
그리고 전수관의 열악한 환경은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들긴 하지만 이런것도 나름의 추억이 되는거 같습니다. ^ ^
-
?
한편 안스럽고 한편 부럽고^^
그래 그래도 그때가 좋았~지 ^^
고생들 했습니다. 광표도 고생했고...
그리고 후배님들 고맙습니다.
Designed by hikaru1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