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살 몸살끼가 있어 일찍 잠에 들었다
그런데 아내가 누구시지요 누구시지요하면서
건네주는 전화에 잠이 깨었다
그 특유의 목소리와 말투- 본인을 밝히지않는 수법으로
느물느물(?) 말하지만 누구인지 알게하는 목소리
미국에 온지 벌써 10달이 되어가는데 처음으로 전화준 반가운 목소리
김종욱 선배는 이렇게 미국에 와서 나를 화들짝 놀라게 했다
반가움과 함께 그동안 게으른 나의 탓으로 나의 선후배들에게
간단한 인사조차하지 못한 미안함이 일어난다
"다음은 대전역입니다
내리시기 전에 잊으신 물건은 없는지
살펴봅시다"
내 생애 잊고 내린 소중한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눈물나도록 감사했던 일들과
사랑했던 이름들과
때론 추억까지도 잊고
훌쩍 내려버린 시간
아 내리기 전에
한번쯤 살펴보는 것이었는데
다음역
내 생의 간이역에 내릴 때는
또 무엇을 두고 내리게 될는지
종착역까지
제대로 가지고 갈 것이
할머니, 어머니 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
김상현<생의 간이역에서>전문
위의 시처럼 난 이민생활의 적응과 피곤하다는 핑계로
소중한 사람들과 추억을 놓고 내린것같아 화들짝 놀란다
이번에는 종욱이형으로부터 이런저런 동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떠나오기 전에 만났던 써클선후배들과 시간들이 추억과 함께 살아난다
미국에 있는 남선배와 송채영과 아직 한번 통화도 못하고
서로 보지 못하고...모두 그리워하기만 할 뿐이다
그래도 다를 잘 있다하니 고마울밖에...
난 제법 이곳 생활에 적응하여 빠졌던 살도 원위치하고
마음의 여유도 갖게 되었다
새로 조그만 집을 장만하여 한결 맘이 편하고
새롭게 하는 자동차정비도 어설픈 기술자수준까지 접근했고
아이들은 스스로 이겨낼려고 애쓰고
아내는 아내대로 남편의 부족한 경제부분을 보충해주면서
1인 3역을 잘 하고있어 모든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모든 것이 내게는 새로운 것들이니
너무 서두르지도 말고
너무 많이 할려고 하지도 말고 천천히 가자고
스스로에게 타이르면서 잘 지내고 있다
떠나올 때나 이곳에서나 제대로 인사하지 못하고
안부전하지 못한 게으름을 탓하면서 오랜만에 인사를 한다
종욱형이
"잊지전에 간간이 홈피에 편지좀 쓰고 그래"라는 말에
더 늦지않게 이렇게 편지를 쓴다
얼굴도 못보고 목소리만 들려준 형.. 고맙다
참고로 내 연락처는
3731 mazewood lane fairfax VA 22033
Tel) 703-378-8882
이 후배가 잘 적응하고 잘 사는지
걱정많아 전화를 자주 주던 춘화형이 요사이 뜸하다
내가 전화주지않아서 삐졌나 , 아니면 국제전화비가 많이 나왔나
춘화형! 내년 봄을 대비해서 낚시대가 필요한데 어쩌지!
풀코스마라톤은 어찌됬수?